2024년 회고, 개발자 그만 두고 개발 시작하기
자기소개가 제일 힘들었던
“비전공자고요, 앱도 했었는데요… 웹도 했었고요…”
무슨 일을 했냐는 질문에 나는 항상 미사여구가 구구절절 붙이곤 했다.
나는 애매한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애매한거 참 싫은데
세 군데의 회사를 다니면서 잠깐의 텀 없이 일을 했었다. 뒤를 돌아보니 일한 기간이 5년 8개월.
웹, 앱 그리고 다시 웹으로 돌아오는 줏대(?) 없는 개발 성장 과정을 보냈다.
파도에 밀리고 깊이도 알지 못해 바닥에 발 조차 딛을 용기 없이 떠있는 것 같은 두려움과 함께, 진득한 깊이가 없는 개발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싫어하는 ‘애매함’이라는 단어를 자꾸 나에게 붙이게 됐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기분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당하게 잘한다고 말할 수 없었고.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확신할 수 있는 믿음이 없었다.
늘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면서도, 그 부러움을 느끼는 내 자신조차 부끄러웠던 것 같다.
그럼에도 운이 좋았던 건지,
취업이 되고,
앱 개발로 전향도 하고,
어떤 것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이직도 하게 되었다.
이력서와 경력 사항에 한 줄, 두 줄 쌓이는 건 많은데 마음이 모래 같아 쌓일 때마다 흔들리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개발을 그만두고 싶었다
그러다가 무시무시한 시기가 찾아왔다.
개발을 그만두고 싶다.
개발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더 이상 개발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개발을 그냥 포기하고 싶다.
퇴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면서, 그 모든 탓을 개발에 대한 흥미로 미뤄버렸다.
결국 그 생각을 이기지 못하고 퇴사를 결심하게 됐고, 길다면 긴 직장 생활을 정리하게 됐다.
다시 시작합니다
직장 생활을 그만두기 며칠 전, 애플 파운데이션 아카데미의 모집 신청 기간이 오픈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개발을 그만두겠다고 하던 나는 또 홀린 듯이 지원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파운데이션 과정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만두려 했던 개발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시작하게 됐다.